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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포럼] 코인거래소 규제, 번지수 잘못 짚었다
- 입력 :
- 2026-02-09 17:28:40
- 수정 :
- 2026-02-09 18:43:06
산으로만 가던 배를 돌려세운 건 인터넷 전문 은행이다. 2015년 정부는 은산분리를 포함한 규제 완화를 과감히 밀어붙였다. '메기론'이 먹혀들었다. 미꾸라지(시중은행)만 가득한 고인 물에 메기를 투입해 핀테크 경쟁을 제대로 시켜보자는 취지다. 그제야 은행들이 비대면 신규 계좌 개설 방법을 찾아냈고, 중금리대출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불편하기 그지없던 미꾸라지 앱도 바뀌기 시작했다. 첫 화면을 주유소 미터기처럼 나의 계좌 잔액만 간단하게 선보인 메기 앱이 등장하면서다. 매일 100원이든 1만원이든 손쉽게 적금할 수 있는 다양한 상품을 쏟아냈고, 기존 수시 입출금 통장보다 단 0.1%포인트라도 금리를 높게 받는 파킹통장으로 고객을 자극했다. 은행원이 아닌 프로그램 개발자들이 철저히 소비자 관점에서 만들었기에 가능했다.
세계 금융 시장은 혁신을 극한까지 끌어올리는 경쟁 중이다. 10년 전의 단순한 핀테크 수준이 아니다. 블록체인, 가상화폐에 인공지능(AI)까지 가세했다. 디지털화폐가 기존의 금융 배관을 송두리째 갈아 치우는 중이다. 사상 유례없는 금융혁명이다.
아무리 바뀌어도 자꾸 되돌아가는 관성이라는 게 있다. 관료의 규제 본능이 그중 하나다. 그러나 혁신의 판세를 잘못 읽었다간 낙오되는 것도 순식간이다. 그동안 정부는 가상화폐를 투기, 탈세, 시세 조작 같은 부정적 의미로 묶어놨다. 그사이 선진국들이 멀찌감치 치고 나가자, 부랴부랴 만든 게 지금의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다. 후속으로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가 한창인데, 아무리 봐도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
잘 알려진 논란은 크게 두 가지다. 정부가 가상자산거래소 기존 대주주 지분율을 소급해서라도 15~20%까지 축소시키겠다고 나섰다. 초과분은 내놔야 한다. 공공성 제고가 명분이다.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갈라파고스 규제다.
또 하나는 정부가 스테이블코인 발행권을 은행 지분이 50%를 초과하는 컨소시엄에만 준다는 규제다. 핀테크 기업이나 비은행 금융회사는 절대로 대주주가 될 수 없다. 은행이 코인 시장에서도 완전한 주도권을 갖게 하겠다는 의도다. 좋은 말로 'K금융 규제'다.
사유재산권 침해, 소급 규제와 위헌 논란을 반복해 거론할 생각은 없다. 다만 과연 소기의 성과를 거둘 규제인지는 의문이다. 지분을 분산시키면 이해 상충 문제가 사라질까. 대주주가 종전보다 훨씬 무겁게 책임을 지게 하면 안 되나. 앱 하나 제대로 못 만드는 은행 주도로 디지털자산 경쟁은 가능할까. 동학개미가 서학개미로 순간이동하는 거래소 간 경쟁 시대에 자본 유출을 부추기지는 않을까.
규제에 대해 "결정된 바가 없다"던 당국의 입장 선회는 어색하다. "규제에 반대한다"던 여당의 뒤이은 입장 변화도 미묘하다.
금융에 공적 영역을 끌어올수록 혁신은 멈춘다. 가상자산은 막 열리는 금융 신대륙이다. 극한의 혁신 경쟁이 벌어질 이곳에서 손발 다 묶고 뛰라는 것은 그저 중간만 가자는 담합일 뿐이다.
모든 금융사고를 사전 규제로 막을 순 없다. 사고 발생 때 소비자를 보호하고 그 책임을 대주주가 충분히 지게 하면 된다. 금융 안정을 최우선에 두려는 관료에게 규제 완화는 자신감이다. 난 금융당국이 충분히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고 확신한다.
[송성훈 지식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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